해안선 coastline

since 2006. 06. 04.

전체 글 4259

西風..

세 소년들.. 뜯겨진 문풍지가 너덜거리는 소리가 크게 들렸고 밖엔 초겨울을 알리는지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세 소년들은 리어카를 끌고 바람에 덜컹거리는 판자대문을 나와 신작로를 건넜다. 정미소길을 따라 한명은 끌고 두명은 뒤를 따라 걷고 있었다. 들판으로 들어서니 눈발은 거센 바람에 거의 비스듬히 누워서 동쪽 방향으로 불고 있었다. 세 소년들은 복쪽에서 남쪽 방향 논으로 가고 있었다. 가을 추수가 끝난지 꽤 지난 논에는 군데군데 추수후 볏집단을 커다란 집처럼 쌓아 놓은 짚가리들이 보였다. 서풍의 바람을 등지고 가느라 손으로 귀를 가리고 옆으로 게처럼 걸었다. 소년들은 아궁이에 땔 볏짚단을 가져와야 저녁에 밥을 할 수가 있었다. 그동안 가져다 날라놨던 짚단들은 다 땔감으로 쓰고 없었다."하필이면 바람도 ..

영신호 2026.08.31

백범 김구 평전을 읽고..

백범 김구 평전을 읽고.. 백범은 대표적인 상민이다. 상민이란 양반이 아닌 보통 백성을 말한다. 갑오경장(甲午更張, 1894) 으로 말미암아 제도상으로는 문벌과 양반, 상민의 신분제는 타파되었다. 하지만 백범이 태어나 자랄 때까지도 여전히 문벌과 반상제도는 강고한 신분질서로 유지되고 있었다. 갑오개혁이라고도 불리는 갑오경장은 동학농민혁명東學農民革命을 계기로 조선에 출명한 일본이 조선에 대한 지배권을 확립할 요량으로 조선의 내정 개혁을 강요한, 제도 개혁이었다. (중략) 백범이 태어난 지 18년 후에 갑오경장이 단행되었으나 반상제도 등 구습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백범은 1876년 7월 11일(7월 11일은 1910년의 양력 8월 29일로 국치일에 해당한다) 새벽 자시子時에 황해도..

산책과 사색..

산책과 사색.. 봄부터 달력을 넘길 때 싹이 트기 시작하는 여름 휴가 달 쯤 날짜의 시선을 피하려 애를 쓰지만 스침으로 그치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그 어떤 연휴보다도 더 긴 아흐레의 쉬는 날은 점점 더 다가오고 있었다. 꽃이 지는 시간에도, 태양이 사라진 선선한 밤에도, 탱글탱글 익어가는 한낮에도, 소나기가 시원스레 내리는 오후에도 기다림의 그 시간은 결코 타지로의 여행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있는 그 자리에서의 여유를 즐기려함은 나에게 주어진 자연인의 특혜를 누리는 것은 아닌지.. 하여튼 이런 저런 책들을 들여 볼 때마다 연휴나 휴가를 기다리는 열망은 나보다 더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나이가 들어도 일을 나간다는 것, 아니.. 나갈수 있다는 것, 모든것은 일의 시간이 지배를 하기에.. 그 안..

『사피엔스』를 읽고..

『사피엔스』를 읽고.. 약 40억년 지구라는 행성에 모조의 분자들이 결합해 특별히 크고 복잡한 구조를 만들었다. 생물이 탄생한 것이다. 생물에 대한 이야기는 생물학이라 부른다. 약 7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 종에 속하는 생명체가 좀 더 정교한 구조를 만들기 시작했다. 문화가 출현한 것이다. 그후 인류문화가 발전해온 과정을 우리는 역사라고 부른다. (30쪽) 인지혁명이란 약 7만 년 전부터 3만 년 전 사이에 출현한 새로운 사고방식과 의사소통 방식을 말한다. 무엇이 이것을 촉발했을까? 우리는 잘 모른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믿는 이론은 우연히 일어난 유전자 돌연변이가 사피엔스의 뇌의 내부 배선을 바꿨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전에 없던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으며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언어를 사용해..

끊음을 생각하며..

끊음을 생각하며.. 집에서 반주로 조금씩 마시는 마시는 술도 아예 끊어버렸다. 1년이 돼간다. 나는 성격이 단박에 끊는 습관이 있다. 아주 오래전 담배도 그렇게 끊었었고 술을 끊은 건, 좀더 맑은 느낌으로.. 좀더 젊은 느낌으로.. 그 슬로건이란 냄새없는 몸을 유지하려함에.. 그리고 무엇보다도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어학을 공부함에 늘 맑음이 필요해서이다. 어차피 일 마치고에 오면 심한 갈증을 달래려 마신 술이었는데 잘 됐다 싶었다. 한마디로 너무 좋다. 술 담배를 안하니 남들 앞에서 냄새에 대한 부담감도 전혀 없고.. 성격이 그래서 그런지 아예 끊어버린 몇몇 동창들도 있다. 같은 안산 지역에 사는 동창들로 처음부터 그런건 아니고 몇년동안 겪었더니 도저히 안되겠더라 싶은 생각이 들어 몇년전 어느날 단박..

흐름에..

흐름에.. 어쩌다 잔업이 없이 일찍 마치는 날엔 내과에 가서 매일 정기적으로 먹는 약을 타 놓는 일, 로컬 푸드 직매장에 간단한 장을 보는 일 , 잔업을 하고 오는 날엔 진공 청소기 필터 청소 등등 평일에도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 이것저것 하나씩 마치어 놓는다. 현장이든 집이든 할 들의 나열이란 뇌리에 늘 가득하기만 하다. 쉬기 위해서 일을 하는 것.. 그게 세상사는 진리인 것 같다. 특근일 마친 토요일엔 카트를 두번 끌고 생수를 들여 놓고 다시 재활용 쓰레기나 음식물 쓰레기 버리고 빌라 입구 현관 바닥 깨끗히 청소를 하는 일 등등.. 미리 해 두는 건 내 쉬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다. 잔업은 물론이고 연장에 일요일도 일했었던 지난 주 그리고 이번 주 잔업과 토요일 특근후에 오는 일요일의 휴식이란 ..

내 작은이야기 2026.07.06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읽고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읽고서..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장이라 불렀다. 사람들은 옳게 보았다. 아버지는 난장이었다.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아버지를 보는 것 하나만 옳았다. 그 밖의 것들은 하나도 옳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 어머니 영호 영희 그리고 나를 포함한 다섯 식구의 모든 것을 걸고 그들이 옳지 않다는 것을 언제나 말할 수 있다. 나의 '모든 것' 이라는 표현에는 '다섯 식구의 목숨' 이 퍼함 되어 있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도 천국을 생각해보지 않은 날이 없다. (80쪽) "사이다, 포도, 라면, 빵, 사과, 계란, 고기, 쌀밥, 김,"명희는 나의 손가락 하나를 마저 짚지 못했다. 그때의 명희에게는..

망종[芒種]이 지나고..

망종[芒種]이 지나고.. 달력의 지난 주 주말 토요일의 6월 6일의 숫자는 특별함이 있는 숫자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날인 만큼 국기 조기 게양하는 현충일이자 년중 농사일이 제일 바쁘다는 망종이었다. 인터넷 포털싸이트에서 백과 사전이나 어학 사전에서 찾아보면 망종이란 이십사절기(二十四節氣)의 하나로 소만과 하지 사이에 있다. 벼·보리 등 수염이 있는 까끄라기 곡식의 종자를 뿌려야 할 적당한 시기라는 뜻이며 이 시기는 옛날에는 모내기와 보리 베기에 알맞은 때였다. 그래서 보리는 익어서 먹게 되고, 볏모는 자라서 심게 되니 망종이요 햇보리를 먹게 될 수 있다는 망종이라는 말도 있다 라고 돼 있다. 한국어 사전에서 망의 芒은 까끄라기를 뜻하며 종의 種은 씨앗를 뜻한다, ..

바르셀로나에서..

바르셀로나에서.. 한달씩 번갈아가며 한국 업무와 유럽 출장은 그야말로 힘든 일정이었다. 1년이 어떻게 갔는지 숨가빴었던 그 젊은 시절.. 비수기와 성수기가 아주 뚜렸했었던 업종이라 머리를 쓰고 치밀한 기획을 세우고 추진을 했었다. 비중이 많이 차지하는 원자재는 비수기 시즌을 적절히 이용하여 가격과 비축을 조절하였다. 어차피 기업이란 매출과 이윤이 꽃이라.. 그토록 가기 싫었었던 유럽 출장은 거의 끌려 가다시피 했던 그때.. 긴 비행시간 후 또 환승을 하면 거의 스무시간을 가고 오고 했다. 현지에서 비즈니스를 마치고 주말이 되면 그 쌓인 스트레스를 출장 나온 동종업계 사람들과 음주로 풀곤했다. 넒은 호텔방에 모여 술을 마시고 같이 자고 일어나 지하철 타고 스페인 바르셀로나 거리를 걸으며 바람을 쐬고 다..

해외 출장때.. 2026.05.20

고향後愛(1)..

고향後愛(1).. 평일 쉴수 있는 행운엔 늘 열차표를 생각한다. 2주 쫌 넘게 시간이 생겼다. 물론 휴가는 아니고 현장 전체 설비 점검인지 5월 셋째주월요일인 18일부터 일을 나오라는 통보를 받았는데 모든 일용직들은 예외없이 다 적용되는 것 같았다. 돈이 생기지 않아도 휴가라는 기분이 났다. 4월 30일 첫날엔 집근처 사진관에서 여권사진을 찍고 시청에 가서 여권 신청을 했다. 만료된지 몇년 돼서 만들어 놔야 할것 같았는데 이번참에 해 놔야지.. 젊은 시절 비즈니스 해외출장을 지긋지긋하게 다녔었기에 해외여행을 썩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가끔 가까운 홍콩에 1박 2일로 하루쯤 품질 관련하여 물건좀 보러 같이 다녀오자는 연락이 아주 가끔 오곤 하기에 만들어 놓으면 나쁠것 같지는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

내 작은이야기 2026.05.10

길란 작가의 「추도」를 읽고..

길란 작가의 「추도」를 읽고.. "그럴 돈 있으면 우리나 주지" 엄마가 내뱉었다. 가족한테는 월세 한 번 면해준 적 없으면서 생판 남들한테는 잘만 퍼준다고, 아무리 이삭 오빠를 위한 것이라지란 말이다. 오르막길이라 숨이 찼다. 등에 멘 가방과 손에 든 반찬통이 점점 무겁게 느껴졌다. 내가 무슨 근처에 버스정류장도 없냐고 하자, 엄마는 원래 진짜 부자 동네에는 대중교통이 안 다닌다고 했다. "집 앞에 버스정류장 같은 거 있으면 번잡스럽고 시끄럽잖아. 부자들이야 어차피 차 끌고 다니니까 버스나 지하철 같은 거 타지도 않을 테고" (52쪽) "어쩜 이렇게 이쁠까." 엄마는 그렇게 말하며 샤인머스캣 한 알을 집어 입에 넣었다. 나도 거실쪽을 힐끔 본 후 샤인머스캣을 입안에 넣었다. 꽃향기가 퍼지면서 ..

목련이 필때..

목련이 필때.. 목련을 보며.. 해마다 가을이 다 가고 있을 무렵.. 찬바람이 낙엽들을 불어대고 있을 때 비로소 겨울의 체감이 살며시 다가오고 있을 때였다. 어차피 올 1월을 기다리고 있음은 빨리 와서 빨리 갔으면 하는 바램이 컸을 것이다. 나무들은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기에 나는 몇몇 나무들 위치를 암기하고 있었다. 바람에 다 날려 가지만 남은 나무들은 그 추운 겨울이지만 하늘에 선을 그리는 그들만의 작품으로 견디어 가는 것 같았다. 이른 아침에 일을 나가는 나는 늘 그 나무들을 쳐다보곤 했다. 한해를 넘기면서 생기는 나이테가 더욱 어른스러워지는 언어가 하늘을 향해 굵어어지는 듯, 나는 그렇게 대화를 하고 있었고.. 지금도 그러는 것 같다. 1월의 달력을 넘기고 2월의 달력을 넘기면서 중얼..

물당번

물당번 한 여름 방과 후에 아이들은 신작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고무신으로부터 발생하는 뿌연 흙먼지가 바람에 날렸다. 학교 근처 가까운 동네 우물에 모여들었다. 먼저 온 아이가 두레박을 우물 안으로 넣었다. 밧줄을 옆으로 좌우로 돌려 두레박을 깊은 샘물로 밀어 넣었다. 물이 가득 찬 두레박을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겐 무거운 두레박이 올라오면서 이리저리 부딪혀 부딪힐 때마다 조금씩 쏟아져 다 올라온 두레박엔 물이 반밖에 없었다. 나무와 양철판으로 만들어진 두레박 모서리에 입을 대고 심하게 말라 갈리진 논에 물을 대듯이 물을 벌컥벌컥 마셔댔다. 남은 물은 다음 아이가 마셨고 물이 다 떨어지면 또 다른 아이는 두레박을 샘 깊이 넣었다. 아무도 없는 집에 오면 숙제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책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