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미숙자 그 두번째 전화를 끊고 종삼은 벽에 걸려 있는 커다란 달력을 보았다. 앞으로 천미숙자의 죽은 날쯤을 기억할지는 장담을 못하지만 지금 당장, 얼마동안은 머릿속에 남아 있어야 할 것 같아서였다. 해마다 가져오는 그 윤약국 달력은 늘 종삼의 방에 걸려있었다. 달력은 그림이 없어 투박했고 날짜 밑에는 아주 조그만 동물 그림과 한자가 씌여져 있는 걸 보니 불교와 관련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기도 했지만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지도 못하거니와 관심도 없었다. 관심은 오로지 기념일, 국경일, 명절 연휴등 빨강색 숫자만이 관심이 있었다. 부적 같은 미신을 전혀 믿지 않는 종삼도 그 달력이 방에 있으면 좋은 꿈을 꿀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날짜를 보니 10월 26일 이었다. 십이륙? 하면서 놀랐다.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