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부 / 신진련
시인 신진련의 詩.. 광부 / 신진련 보수동 헌 책방에는 숨겨진 언어를 찾는 광부가 있다. 낡고 오래된 책의 갱도에서 그는 채굴되지 않은 낱말을 찾아낼 수 있을까 광맥을 이루며 꽂혀있는 책들을 짚는다 채광을 끝낸, 버려진 책의 그늘에서 사금을 모으듯 책장을 넘긴다 먼저 다녀간 누군가 그어놓은 밑줄처럼 반짝이는 언어를 캐기 위해 더 깊은 동굴로 들어가는 광부 막장에 다다르면 그도 질식되어가는 걸음을 멈추고 바위에 숨겨진 활자를 찾을 수 있을까 탄차가 멈춘 보수동 헌책방 손가락을 괭이 삼아 책을 파헤치는 광부의 등이 햇빛으로 젖어있다 계간 《불교와 문학》 2020년 여름호에서 ( 블로그에서 옮긴 글 ) ....................................................... 지난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