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선 coast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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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신호 5

귀뜸..

영신호(창작) 귀뜸.. 천상필은 방안에서 일요일 내내 놀다가 저녁무렵쯤 부랴부랴 밀린 숙제를 하고 있었다. 옥구댁이 점쟁이 당골래와 함께 너덜거리는 대문을 열고 들어왔다. 머리에 다라이를 이고온 옥구댁이 다라이를 마루에 내려놓고 담배 하나를 꺼내더니 부엌에서 커다란 통성냥갑을 가져왔다. 성냥개비로 착 하고 불을 켰다. 그리고 담배에 불을 붙이자마자 한모금 깊게 들이 마시더니 입으로 콧구멍으로 연기를 길게 품었다. 그사이 당골래는 치맛자락에서 봉초를 꺼내 침으로 담배를 말고 있었다. 둘이서 내뿜는 연기가 방안으로 스며들었다. 숙제를 하고 있는 천상필이 기침을 해댔다. 당골래가 한마디 했다. "하이고 이집 막둥이 공부하고 있네?" 들은척 마는척 하는 옥구댁이 말문을 열었다. "아니 성님 둘째 상정이 어떻긌어..

영신호 2023.08.27

서막

영신호 (창작을 쓰면서) 밥상을 치우고 설겆이를 할 무렵 천병선이 들어왔다. 옥구댁은 우물에서 설겆이물 퍼다 놓으라고 둘째딸 천미자에게 소리를 질렀다. 또 밥상을 차려야 할 처지여서 애꿎은 천미자에게만 버럭 화를 냈다. 막내 천상필은 조용히 아랫묵에서 너덜거리는 만화책을 보고 있었다. 스무번째가 넘게 읽는 것 같았다. 밥 안줘? 하는 천병선의 목소리에 저항하는 옥구댁의 밥그릇 부딪히는 소리는 더욱 카랑카랑했다. 결국 옥구댁은 밥상을 차려주고 천병선이 밥을 다 먹기만 기다렸다. 옥구댁은 그날 밤새 천병선과 부부싸움을 했다. 밥을 먹고 밖에 나와 나들이를 다는던 동네 사람들 끼리 어쩌다 만나면 하나둘씩 모여 수군대기 시작했다. 또 부부싸움 했으니 내일은 아침 일찍 옥구댁이 지경장에 가겠구먼.. 새벽에 일어나..

영신호 2022.05.09

서막

서막 띵동하는 스마트폰의 알림소리가 들렸다. 책을 정리하다 뒷주머니에 있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메시지 폴더에 빨간 동그라미 안 글씨 1자가 붙어있어 클릭을 했다. 부고 소식이었다. 장필상이 덕포리 옥구댁 부고소식을 받은 건 서점 직원들과 점심 식사 후 였다. 갑자기 멍 한 느낌이 들어 밖을 나갔다. 하늘을 보니 금새 눈이라도 내릴 좀 검으스레 한 잿빛하늘 이었다. 우선 양아버지인 평지사 장주지 한테 전화를 했다. 그래야 될것 같았고 그게 순서라고 생각했다. 신호음이 그리 길게 가지 않아 소리가 들렸다. 좀 머뭇거리며 잠시 몇초 동안은 숨을 죽여 생각에 잠겼다. "바쁠텐데 웬일이냐" "네.. 사실은 생모 옥구댁께서 세상을 떠나셨다고.." "그래? 다녀오거라. 니 피붙이 형제들도 볼겸 지금 아니면 언제 거길..

영신호 2021.09.11

서막

그때쯤 천병선은 잔뜩 술에 취에 집에 들어왔다. 시내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집에서 우체국 교환원 시험 공부 하고 있던 천병선의 큰딸이 밥을 먹으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아버지 무슨 술을 그렇게 마시고 다녀요? 밥 먹을때 되면 집에 와서 밥을 먹어야죠?" 집에 들어서자 마자 대문 앞에서 그 소리를 듣던 천병선이 한마디를 내 뱉더니 다시 나갔다. "니가 그소리 하니까 한잔 더 마시고 와야겠다." 그 순간 집안엔 숱가락 젓가락이 밥그릇 국그릇에 부딪히는 소리만 날뿐 아무소리도 안나고 조용해지고 있었다. 누구 한마디 말이라도 하면 옥구댁과 큰딸 천미숙자에게 한마디 욕을 먹을 분위기였다. (계속) ( 일 나가기 전에 갑자기 생각난거 써 놓음...)

영신호 2021.07.21

서막

서막 띵동하는 스마트폰의 알림소리가 들렸다. 책을 정리하다 뒷주머니에 있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메시지 폴더에 빨간 동그라미 안 글씨 1자가 붙어있어 클릭을 했다. 부고 소식이었다. 장필상이 덕포리 옥구댁 부고소식을 받은 건 서점 직원들과 점심 식사 후 였다. 갑자기 멍 한 느낌이 들어 밖을 나갔다. 하늘을 보니 금새 눈이라도 내릴 좀 검으스레 한 잿빛하늘 이었다. 우선 양아버지인 평지사 장주지 한테 전화를 했다. 그래야 될것 같았고 그게 순서라고 생각했다. 신호음이 그리 길게 가지 않아 소리가 들렸다. 좀 머뭇거리며 잠시 몇초 동안은 숨을 죽여 생각에 잠겼다. "바쁠텐데 웬일이냐" "네.. 사실은 생모 옥구댁께서 세상을 떠나셨다고.." "그래? 다녀오거라. 니 피붙이 형제들도 볼겸 지금 아니면 언제 거길..

영신호 2021.07.18